아이들의 창의성 발달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과연 학생들의 창의성 신장과 개성 표현의 확대만이 미술 교육의 최우선 과제라 할 수 있을까? 아이들의 올바른 미술교육을 위한 다각도의 고민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수렴적 교육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고착되어 있다. 이는 입시 위주의 교육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에서 온다. 수능 위주의 서열화된 대학 입시를 탈피하기 위해, 입학사정관제부터 시작하여 지금의 학생부 전형까지 여러 수시 전형이 확대되어왔다. 하지만, 이는 서열화된 입시 체계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있는 사람이 더 잘할 수 있는 전형' 이라는 오명을 쓰고 경제적 양극화를 부추긴다는 평을 받는다. 지금의 학부모들은 중학교, 고등학교에는 대학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입시 위주의 짜맞춰진 커리큘럼에 집중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이들이 창의력 교육을 위해 주목하는 시기는 초등학교와 학령 이전의 시기이다.
아동들의 창의력 신장을 위해 특히 주목받는 과목 중 하나는 예술, 그 중에서도 특히 미술이다. 흰 종이와 펜 하나만으로 개성 표현과 자기 발산이 가능하다는 면에서 창의력 교육을 위해 용이하며, 표현의 수단으로 그 어떤 재료들도 대부분 수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동들에게 다방면으로 발산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이 글에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창의력을 기를 수 있는 미술 교육이다. 단순히 발산적인 자기 표현만으로 채운 교육은 '표현교육'내지 '창의력 교육'이라고는 할 수 있지만, 미술교육이라고 부를 수 없다. 미술 교육이 창의성만을 강조하게 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이는 창의성을 강조한 로웬펠드의 미술 교육과 그 한계 그리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미술 교육 사조에서 살펴볼 수 있다.
로웬펠드 Victor Lowenfeld(1903-1960) Austria
로웬펠드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미술 교육학자로 펜실베이나 주립대의 교수로 재직했다. 로웬펠드의 미술 교육에 대한 생각은 전후 미국의 미술 교육에 큰 영향을 미쳤다. 로웬펠드는 모든 어린이는 잠재력과 창의성을 가지고 있으며 미술은 이러한 잠재력과 창의성을 계발시키는 매개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동의 미술 발달을 여섯 단계로 구분하고 이 단계에 따라 서로 다른 재료와 자극을 이용하여 미술 교육을 구성할 것을 강조했다.
로웬펠드는 아동의 미술 발달 단계를 난화기(2~4세), 전도식기(4~7세), 도식기(7~9세), 또래 집단기(9~11세), 의사실기(11세~13세), 결정기(13세 이후)로 구분했다. 초등 미술 교육에서 주목할 시기는 도식기와 또래 집단기, 의사실기이다.
도식기의 아동은 대상의 형태를 상징적으로 도식화한다. 태양을 큰 동그라미와 이를 둘러싼 세모 모양 여러개로 그리며 빨간 색으로 칠하는 것처럼 어떤 대상에 대한 상징적인 색과 모양을 정하고 이를 도식화한다. 이 시기의 아동은 자기 중심적인 특징을 지니며, 자신의 생각에 따라 사물을 정의하고 도식화 하려는 특징을 지닌다. 아동이 도식화한 형태는 각 아동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도식기의 아동이 그린 그림의 특징으로는 기저선이 나타난다는 것, 한 공간 안에 서로 다른 시간 표현을 한다는 것 등이 있다.
또래집단기의 아동은 도식적인 표현에서 벗어나 사실 표현으로 접어드는 과도기적 특징을 보인다. 자기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사회적인 의미 형성에 눈을 뜨는 단계이다. 사실적 현상을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한 아동들이 미술에 흥미를 잃기 쉬운 단계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이 시기의 아동들이 오감을 이용해 대상과 현상을 관찰하고 탐구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의사실기의 아동은 사실적인 표현에 집중하게 된다. 원근법과 입체적 표현이 나타나는 시기이다. 이 시기의 아동은 감정과 주관적 경험에 중점을 두는가, 사실적 표현에 중점을 두는가에 따라 촉각형과 시각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로웬펠드의 미술 교육에서는 어린이의 미술과 어른의 미술을 구분한다. 어린이의 미술은 어린이의 사회 발달 단계에 따라 영향을 받으며 이를 어른의 미술에 대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동의 관점에서 아동의 미술은 자유로운 자기표현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한 환경을 조성할 것을 강조했다. 이 교육에서 교사는 어린이의 자유로운 자기표현을 위한 환경 제공자와 표현 활동의 격려자, 촉매자의 역할을 하며, 어린이의 미술 교육에서 표현 기능이나 그 결과물보다는 자신을 발산하고 표현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로웬펠드의 이론과 그가 주장하는 미술교육 방식은 아이를 창의적으로 키우고 싶은 우리나라 학부모에게 많은 공감을 살것이다. 하지만 미술 교육의 관점에서 로웬펠드의 미술 교육 방식에 대한 의문은 분명히 존재한다. 미술교육이 로웬펠드의 방식을 정확히 취한다면, 미술 교육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로웬펠드와 하버트 리드는 '미술을 통한 전인적 교육'을 강조한다. 아동의 발달 단계에 맞는 창의성 개발을 위해 미술을 통해 이룬 것으로, 이들의 방식은 미술 교육을 위한 교육이 될 수는 없다.
결국 로웬펠드의 미술교육은 미술의 본질적인 요구에 답하지 못하며, 지나치게 표현 영역을 중시한 나머지 미술의 기초 기능을 간과했다는 비난을 받게 되고, 새로운 미술 교육 사조가 등장하게 된다. 아이즈너(Elliot. W. Eisner)을 중심으로 등장한 이해중심 미술 교육은 미술 표현뿐만 아니라 미술 감상과 미술사, 미술 비평을 중시하며, 미술에 대한 이해와 미술 감상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미술 표현을 위한 미적 감수성을 기르고자 한다.
현대 사회에서 창의성은 명백히 중시되는 영역이다. 시대적 요구에 따라 미술 교육이 부상하는 것 역시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창의성 교육과 미술 교육이 동의어가 될 수는 없다. '창의적 미술 교육'을 행하고자 할 때 미술 활동이 '미술을 통한 창의성 교육'이 되지 않도록 표현과 체험, 감상 영역의 조화를 추구해야 하며, 이를 위해 고민하는 것은 미술 교육자로서의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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